마운트 오번 (Mt. Auburn)의 콜라와 집에서 가져온 미역국

미국 병원의 회복식은 한국인의 상식과는 사뭇 다르다. 출산을 마친 산모에게 오믈렛과 햄버거, 피자가 담긴 쟁반이 배달되고, 음료를 물으면 콜라나 아이스크림을 권하기도 한다. 2025년의 마지막 날, 쌍둥이를 낳느라 모든 기력을 쏟아낸 아내에게 차가운 콜라를 마시게 할 수는 없었다.

Mount Auburn Hospital 의 식사. 한국 산후조리원 음식과 사뭇 다르다. (내 입맛에는 아주 잘 맞는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찰스강의 찬 바람을 뒤로하고 주방에 섰다. 보스턴 포닥 생활의 분주함 속에서도 아내를 위해 가장 ‘한국적인’ 온기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코스트코에서 사 온 프라임 립아이를 아낌없이 꺼내고, 슬로우쿠커의 느린 시간을 빌려 정성을 채웠다.


보스턴 포닥 아빠의 ‘생존형’ 미역국 레시피

1. 재료 준비 (4-6인분)

  • 미역: 건미역 1컵 (H 마트 구매).
  • 고기: Costco Prime Ribeye 500g. 스테이크용이지만 국물에 넣으면 그 부드러움이 일품이다.
  • 기름: 들기름 2~3큰술.
  • 간 맞추기: 국간장, 소금, 멸치액젓.
  • 치트키: 사골 육수 코인(알갱이) 1개.

2. 조리 과정

  • 미역 불리기: 건미역을 찬물에 30분 정도 충분히 불린다. 너무 오래 불리면 식감이 무르니 주의한다. 불린 미역은 물기를 꼭 짜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 고기 손질: 립아이의 마블링이 국물에 잘 녹아나도록 숭덩숭덩 크게 썰어 준비한다.
  • 볶아내기: 냄비에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고기와 미역을 함께 넣는다. 고기 겉면이 익고 들기름의 고소한 향이 미역 사이사이에 배어들 때까지 충분히 볶아준다. 이 과정이 국물의 깊이를 결정한다.
  • 슬로우쿠커 투입: 볶은 재료를 슬로우쿠커에 옮겨 담고 물 8~10컵을 붓는다. 이때 사골 육수 알갱이 하나를 톡 떨어뜨린다. 이것이 국물의 베이스를 든든하게 잡아준다.
  • 시간의 마법: ‘LOW’ 모드로 8시간을 맞춘다. 자는 동안 립아이의 지방이 국물 속에 부드럽게 녹아든다.
  • 중간 간 보기: 중간중간 상태를 확인하며 국간장과 소금으로 기본 간을 하고, 마지막에 멸치액젓을 살짝 추가해 감칠맛을 끌어올린다.

문화적 충격을 넘어선 한 그릇의 힘

새해 아침, 병실로 배달된 트레이 위에는 여전히 서구적인 메뉴들이 가득했다. 나는 조용히 가방에서 집에서 가져온 보온통을 꺼냈다. 뚜껑을 열자 립아이의 고소한 풍미가 섞인 미역국 냄새가 차가운 병실 공기를 순식간에 덥혔다.

아내는 콜라 대신 따뜻한 미역국을 선택했다. 갓 지어온 흰밥을 국물에 말아 한술 크게 뜨는 아내를 보며 생각했다. 미국 병원의 피자와 콜라가 영양학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몸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고국의 정서라는 것을.

“이거 보니까 이제 좀 살 것 같아.”

따뜻한 국물을 마시고 땀을 살짝 흘리는 아내의 얼굴에 그제야 한국인 특유의 ‘개운함’이 서렸다. 12월 31일생 쌍둥이 아들들도 그 냄새가 좋았는지 요람 안에서 쌔근쌔근 숨소리를 낸다.

마운트 오번의 창밖으로 2026년의 첫 태양이 찰스강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화려한 스테이크는 아니어도, 립아이를 아낌없이 썰어 넣은 이 한 그릇이 아내에게 최고의 새해 첫 식사가 되었기를 바란다.


2026년 1월 1일, Mount Auburn Hospital 병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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