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케임브리지의 익숙한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 가족은 2025년 10월 워싱턴 DC행 비행기에 올랐다. 매일 보던 찰스강과 구불구불한 일방통행로 대신, 자로 잰 듯 반듯하고 광활한 수도의 스케일을 마주하기 위해서였다. 델타 항공으로 레이건 공항(DCA)에 내려 택시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8차선 대로와 체크판 같은 도시는 보스턴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이번 여행의 쉼표가 되어준 곳은 월도프 아스토리아(Waldorf Astoria)였다. 힐튼 포인트 숙박의 가장 큰 매력인 ‘4박 예약 시 5박째 무료’ 혜택을 알뜰하게 챙겼는데, 다이아몬드 멤버십 덕분에 기대하던 룸 업그레이드까지 선물 받았다. 임신 중인 아내와 활동량 많은 첫째를 데리고 하는 여행에서 넓은 공간이 주는 쾌적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었다.
객실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맞이한 건 달콤한 웰컴 초콜릿이었다. 아내의 여독을 녹여준 그 배려만큼이나 압도적이었던 건 바로 욕실의 규모였다. 욕조가 큰 수준을 넘어, 욕실 자체가 우리 보스턴 집 거실만 한 크기였다. 그 광활한 공간에서 이솝(Aesop) 향기와 함께 즐기는 반신욕은 임신 중인 아내에게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휴식을 선사했다. 다이아몬드 티어의 가치를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첫날 저녁은 근처 오션 프라임(Ocean Prime)을 찾았다. 따끈하게 서빙된 식전 빵을 시작으로 신선함이 입안 가득 퍼지는 해산물 요리, 그리고 아이도 잘 먹었던 파스타까지 모든 접시가 훌륭했다. 하지만 백미는 단연 디저트였다. ‘Fabulous’라는 감탄사가 아깝지 않을 만큼 화려한 비주얼과 달콤함은 아들과 아내의 눈을 동시에 번쩍 뜨이게 했다. 스테이크하우스에서 뜻밖에 만난 인생 디저트였다.



중간에 하우스키핑 직원이 사인을 보지 못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지만, 호텔 측의 진심 어린 사과와 푸드 크레딧 보상 덕분에 오히려 럭셔리 호텔다운 서비스의 품격을 느낄 수 있었다. 업그레이드된 넓은 방에서 보낸 5박 6일은 아내의 태교 여행으로도, 아이와의 추억 쌓기로도 부족함이 없었다.
어디서나 고개를 들면 보이는 하얀 캐피톨 돔과 시원하게 뻗은 대로들. 보스턴의 아기자기함을 잠시 잊게 할 만큼 DC의 규모감은 대단했다. 임신한 아내와 에너지 넘치는 첫째 아들과 함께 보낸 이 시간은, 우리 가족의 2025년 가을을 가장 풍성하게 채워준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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